*글 : KBS 한국인의 밥상 참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출처.
하늘이 높아지고 산이 깊어지는 가을이 오면 버섯이 옵니다. 솔잎을 해치고 송이가 나옵니다. 나무의 기운을 받고 능이버섯도 나오고 참나무를 벗삼아 표고버섯도 나옵니다. 오늘은 가을 버섯의 향을 찾아갑니다.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
예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몰랐을 정도로 깊은 마을입니다. 송이철에는 다 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구경하기 힘듭니다.
송이버섯 풍년과 안전을 위해 산신제를 지냅니다. 자연이 기르기 때문에 풍년일지 흉년일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제가 끝나면 그 주위를 둘러 봅니다. 송이를 채취할 때는 다치지않게 잘 밀어 올려야 합니다. 코끝에 향이 확 박히는 송이는 향도 향이지만 그 맛이 일품입니다.
『증보산림경제(1766년에 유중림이 산림경제를 증보하여 엮은 농서)』에 보면 ‘버섯을 꿩고기와 함께 국을 끓이거나 꼬챙이에 꿰어서 기름을 발라 반숙에 이르도록 구워 먹으면 채중선품(신선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하고 맛이 뛰어난 것)이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송이버섯은 수령이 20~60년 정도 된 소나무뿌리에 균생하는 버섯이라서 울진이 금강송 최대 군락지입니다. 땅이 너무 더워도 추워도 안자라서 인공재배는 불가능합니다.
‘송이 호박국’은 애호박을 채를 썰고 끊는 물에 넣고 끊입니다. 그리고 송이버섯을 손질합니다. 호박이 살짝 익을 때쯤 송이를 찢어 넣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송이주물럭’은 소고기에 양파, 파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하고 거의 익을 때쯤 송이를 찢어 넣습니다.
‘송이밥’은 솥에 쌀을 넣고 대추, 밤을 넣고 밥을 짓습니다. 다 되면 송이버섯을 넣고 뜸을 들이면 밥 전체에 향이 베입니다. 송이버섯의 과한 불을 째면 맛도 향도 달아납니다.
송이버섯을 고추장에 넣어두고 간이 될만하면 참 맛있고 송이버섯을 썰어서 소금을 뿌려 구워 먹으면 최고로 맛있답니다.
일본인은 영지, 중국은 상황버섯, 러시아는 차가버섯, 프랑스는 송로버섯을 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버섯을 처음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삼국사기(고려 시대 김부식 등이 편찬한 삼국의 역사서)』에 보면 ‘3년 봄 웅천주에서 금지(나무에서 자라는 버섯[표고버섯])를 진상하였다.’, ‘웅천주에서 서지(땅에서 자라는 버섯[송이버섯])를 진상하였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버섯은 조선시대에 들어서 약식동원의 일환으로 왕의 수라상에 많이 올랐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일종에 만두 같은 ‘규와상(여름철 식욕이 떨어졌을 때 궁중에서 만들어 먹던 만두)’입니다. 잘게 다진 표고, 채소, 두부를 넣고 만두피에 넣어 쪄먹습니다.
버섯을 이용하여 만두 같은 간단한 음식을 해서 드심으로써 소화도 돕고 몸의 건강도 돌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봤습니다.
『문종공순대왕실록(조선왕조 제 5대 왕인 문종의 역사를 기록한 책)』에 보면 특히 종기를 심하게 알았던 문종에게 많이 진상 된 것이 버섯으로 만든 음식이였다고 합니다. 어의들이 항상 진상하는 음식 중에는 버섯탕이 있었는데 이 버섯은 오래 끓일수록 해독 작용이 강한 성질이 있어서 임금님께 버섯탕이 자주 진상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의보감(1610년 허준이 저술한 의학서적)』에도 복령, 불로초, 동충하초, 저령, 표고, 송이, 말똥진흙버섯 등 20여 종의 버섯에 대한 약용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있습니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하월천리
‘송이차’는 볕 좋은 날 잘 말린 송이를 뜨거운 물에 우러낸 것입니다. 가을에 송이를 채취하면 상품은 다 팔고 하품을 찢어 말려서 겨울에 목감기에 걸렸거나 목이 아프거나 편도가 안 좋으면 이걸 달여 마십니다.
‘송이된장장아찌’는 송이를 반을 가르고 된장에 박아 둡니다.
‘능이두부’는 불린 콩을 맷돌로 갈아서 콩물을 만들어서 눌거나 타지 않게 계속 저으면서 끊입니다. 그리고 솔잎(심장을 튼튼하게함)을 씻어서 곱게 갈아 끊인 콩물에 넣어 천연색을 내줍니다. 그리고 간수를 넣어서 저어 줍니다. 거기에 능이버섯을 잘게 썰어 섞은 뒤에 베보자기에 넣고 꼭꼭 눌러 물기를 짜내고 시루에 쪄냅니다.
‘송이뭇국’은 무를 체썰어 넣고 끊이다가 송이를 찢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개복숭아가 지천으로 깔려서 향도원마을이라고 불리던 곳이였으나 9명의 농부가 땀흘리면서 버섯마을로 변했습니다.
표고버섯을 키우는 것은 참나무입니다. 자연산 표고버섯의 향은 어느 버섯 못지 않습니다. 그 향을 만드는 것이 참나무입니다. 참나무의 수액을 천천히 빨아드려 온몸에 퍼트리면서 자랍니다. 참나무를 쓰러뜨려서 물을 충분히 주고 70시간이상 눕혔다가 반대로 다시 세워서 종균이 잘 퍼지게 합니다. 참나무는 비바람에도 썩지 않는 나무입니다.
먼지를 잘 털어서 표고버섯을 햇볕에 말려서 먹고 또 가루 내서 멸치 같은 거 볶을 때 같이 넣어서 볶으면 훨씬 칼슘섭취에 좋습니다. 표고버섯 같은 경우에는 ‘에로고스테린’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 D2’를 만들어 줍니다. 그러므로 뼈가 약한 노인들이라든지 몸매 날씬한 이런 체질인 사람들은 많이 드시는 게 좋습니다.
‘표고버섯 수육’은 말린 표고버섯을 넣어서 진한 육수를 만듭니다. 그리고 거기에 돼지고기를 넣고 양파, 고추를 넣고 삶으면 잡내가 살아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집니다. 표고버섯이 콜레스테롤도 낮춰줍니다.
생표고 버섯은 요리를 할 때 밑둥을 잘라줍니다. 그 밑둥을 모아 장조림을 해서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맛있답니다. 말린 표고 밑둥은 너무 질깁니다.
‘표고탕수’는 다듬은 표고를 반잘라서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 냅니다. 그리고 그 위에 탕수육 소스를 뿌립니다.
‘표고새우죽’은 표고를 채를 썰고 당근, 파를 다져서 볶다가 쌀과 표고버섯 육수를 넣고 끊입니다. 그리고 따로 구운 새우를 넣어줍니다.
‘표고전’은 두부, 당근, 쪽파를 다지고 성게알젓을 넣고 소를 만들고 표고버섯 갓에 밀가루옷을 입혀 잘 얻혀서 밀가루 바르고 계란옷입혀서 잘 지져내면 됩니다.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이른 아침부터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산을 오릅니다. 능이버섯은 참나무 밑에서 드문드문 나기도 하고 나는 자리만 줄을 지어 난답니다. 참나무 뿌리에서 능이 버섯이 균생합니다. 독특한 향을 내 뿜는 능이버섯은 ‘향버섯’이라고 도 부릅니다. 고사하거나 살아있는 참나무에서 ‘노루궁뎅이버섯’도 자랍니다. 노루궁뎅이는 암에 좋고 된장국을 끊이면 맛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능이버섯을 땄던 곳으로 발길을 옮겨 봅니다. 캐낸 능이는 바로 손질을 해서 밑둥을 잘라서 다시 땅에 다시 묻어 둡니다. 더 좋은 종균이 나라고 다시 묻어 두는 것입니다.
‘능이회’는 능이버섯은 삶기 전에 먼저 썰어야 잘 썰어 집니다. 깨끗이 씻어 먹기 좋게 썰고 끊는 물에 굵은 소금을 넣어 줍니다. 그리고 능이버섯을 데칩니다. 능이버섯은 독성이 약간 있어서 꼭 익혀 먹어야 합니다. 데쳐낸 능이를 바로 찬물에 넣어 식히고 초장에 찍어 먹으면 식감이 매우 좋습니다.
‘능이백숙’은 닭의 배를 가르고 양파, 파, 대추, 감자를 넣어주고 능이버섯을 넣어서 압력솥에 한시간 가량 고아냅니다.
‘능이볶음’은 다진마늘, 양파, 청홍고추, 파를 넣고 소금으로만 간(향을 살리기 위해)을 해서 볶습니다.
능이버섯은 주로 소화를 잘 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으면 소화가 상당히 잘됩니다. 그래서 고기를 먹고 체하면 능이버섯을 달여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능이버섯은 버섯 가운데서 독특하게 기관지 점막을 활성화해서 만성 기침라든지 기관지염 있을 때에 기침이 없어지는 효과까지 있어서 매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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