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KBS 한국인의 밥상 참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출처.
기장멸치제철 : 5월에 알이차면 제일 좋음.
멸치들은 춤을 추고 사람들의 그 장단에 맞춰 노동요를 부릅니다. 그것은 멸치를 밥상에 올리기 위한 기장 사람들의 통과의례입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대변항’
한반도 동남쪽의 끝자락 항아리 모양으로 생긴 대변항의 하루는 멸치 터는 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봄에 기장에서는 크고 싱싱한 멸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몸이 오면 기장 어부들의 멸치떼의 시간에 맞춰서 삽니다. 멸치떼는 하루에 만리를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빨리 이동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움직여야 멸치를 잡을 수 있습니다.
기장의 어부들은 유자망 방식으로 잡습니다. 자칫 멸치떼가 그물을 비켜 갈 수 있으므로 그물을 잘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나가다 몸이 잘 껴서 많이 꽂여야 좋은 것입니다. 어군 탐지기가 없던 시절 갈매기가 멸치떼가 지나갈 때 머리를 박고 먹는 것을 보고 그물을 쳤습니다.
멸치는 5월에 알이 찼을 때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기장 앞바다는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물이 올라오고, 북쪽으로부터 차가운 물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두 개의 성격이 다른 수계가 만났을 경우 영양염류가 풍부하게 되는데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멸치의 식성을 고려 할 때 기장 앞바다는 멸치가 살 수 있는 천혜의 좋은 어장이 형성되는 곳입니다. 바다 속 가장 약자인 멸치는 바다 속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멸치가 또 다른 고기들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멸치구이’는 부둣가에 놓여진 화로 위에는 갓 잡은 생멸치에 지글지글 익어갑니다.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는 것은 그 만큼 봄멸치가 기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장에서는 ‘봄멸치, 가을전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이 통통하게 차오른 멸치를 소금을 쳐서 구워먹습니다.
‘멸치회’는 기장에서만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내장과 가시를 발라내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순한 맛이 납니다.
‘멸치회무침’은 멸치회에 제철 아삭아삭한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 초장에 무쳐냅니다.
멸치는 항산화 효과와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서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피로회복에도 좋습니다. 또한 두뇌활동이나 지능발달에 효과가 있는 EPA이나 DHA 같은 고도의 불포화 지방산들이 상당히 풍부합니다.
그리고 맛에 있어서는 감칠맛을 주는 이노신산이나 여러 가지 각종 유리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서 맛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골격이나 뼈, 치아를 형성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칼슘, 인 철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 ‘임랑마을’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멸치의 내장을 빼고 다듬습니다. 멸치를 다 다듬고는 막걸리에 헹구어내는데 그러면 살이 오돌오돌되고 식중독도 예방합니다.
‘멸치죽(기장말로 국죽)’은 시래기를 불려서 된장을 넣고 많이 치대야야 맛이 납니다. 추어탕과 비슷하게 끊입니다. 끊는 물에 콩나물 넣고 주무른 된장시래기 넣고 끊이다가 불린 쌀을 넣습니다. 그리고 멸치를 넣고 쌀이 푹 퍼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멸치죽은 곡식이 귀했던 어촌 마을에서 보릿고개를 넘기는 고마운 음식었습니다.
‘멸치 섞박지’는 봄이면 이 마을에 빠지지 않은 밑반찬입니다. 생멸치를 사오면 씻어서 물기를 빼고 소금에 절입니다. 시원한 그늘에 보름을 둡니다. 멸치 살과 뼈가 그대로 분리될 만큼이면 적당히 절여진 겁니다. 계절따라 겨울에는 한 달정도 절여놔도 괜찮고 여름에는 일주일 있어도 됩니다. 생멸치만 하면 비려서 깍두기랑 무쳐먹습니다. 나박하게 썬 무를 소금에 절이고 멸치액젓에 고춧가루 풀고 마늘 다진 것 넣어 양념을 만들어서 무넣고 멸치 절인 것 넣고 쪽파랑 섞습니다. 멸치 한 마리를 무에 걸쳐 먹어야 제 맛입니다.
다른 좋은 고기를 두고 왜 멸치로 생존했을까요?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쳐들어와 왜성을 세울 만큼 침략이 있었고 기장 사람들은 좋은 고기를 팔아서 생계에 보태고 멸치들을 잡아서 다른 동네로 가서 팔아서 생계를 유지 했다고 합니다.
멸치와 함께 기장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 해주었던 것이 ‘기장 미역’입니다. 물살이 쎈 곳이기 때문에 유난히 더 쫄깃합니다. 그리고 ‘기장 다시마’도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까지는 미역과 다시마를 말리고 봄부터 여름까지는 멸치를 갈무리해야 되기 때문에 기장 아낙네 손길이 바쁩니다. 기장 미역은 빨으면 거품이 나는 것이 기장 미역의 특징입니다.
‘기장 미역국’은 미역을 잘 빨아서 물에 넣고 삶다가 싱싱한 성게알을 넣어서 기장 앞바다의 풍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미역무침’은’ 미역 무칠 때 멸치액젓을 넣고 고춧가루, 깨, 쪽파 송송 썰어서 무칩니다.
‘멸치육젓’은 봄멸치와 소금을 잘 섞어서 항아리에 넣어 숙성을 합니다. 봄멸치를 놓치기 싫었던 기장 아낙네들은 만들어서 김치 담글 때나 양념으로 음식 할 때 간장 대신으로 넣습니다. 젓갈을 담아 1년 정도면 좋고 2년 되면 더 좋다고 합니다.
‘육젓쌈장’은 육젓은 그냥 밥상에 오르기도 합니다. 파송송, 고추 쫑쫑 썰어서 육젓과 함께 고춧가루에 버무립니다. 밥 위에 올려먹기도 하고 미역 위에 밥은 얻어 쌈을 싸먹기도 합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육젓을 좋아합니다.
*이탈리아
우리와 특별히 교류도 없고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 비슷한 문화가 있다는 것은 멸치가 공통된 역할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엔초비’는 얼음물에 멸치를 담가두었다가 머리와 뼈, 내장을 제거하고 살만 남겨두고 소금 위에 멸치놓고 레몬껍질을 넣고 월계수잎 넣고 올리브유를 넣어서 절입니다. 멸치액젓처럼 감초 같은 양념 역할을 합니다.
‘엔초비파스타’는 양파다진 것과 엔초비를 넣고 볶다가 해산물을 넣고 만듭니다.
‘시저샐러드’ 만들 때 계란노른자와 엔초비를 섞어 소스를 만들어 샐러드에 뿌려먹습니다.
*베트남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먹는 베트남에도 멸치 액젓과 비슷한 ‘느억맘(Nuoc Mam)’이라는 베트남 생선 소스입니다. 느억맘은 멸치를 발효시켜서 끓여서 만든 젓국으로 베트남 및 태국에서 조미료로 널리 쓰입니다. 월남쌈을 먹을 때도 이 소스를 찍어먹습니다. 느억맘은 한국의 김치처럼 밥상에 빠지지 않는데 비벼먹기도 하고, 채소나 고기, 생선 등을 찍어 먹기도 하고 국에 넣기도 합니다.
젓갈 문화권을 보면 쌀이나 밀가루 같은 곡물을 주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밥을 먹게 되면 라이신이나 메싸이오닌 같은 필수 아미노산들이 부족합니다. 근데 멸치젓갈의 경우 발효과정을 거쳐 자가 분해가 되면 각종 아미노산들이 풍부해져서 쌀밥 먹었을 때 부족한 아미노산을 보완해줍니다. 멸치젓갈과 함께 먹으면 영양소를 골고루 먹을 수 있습니다.
*경상남도 남해군
우리는 왜 멸치를 즐겨 먹게 되었을까요? 예전에는 흔한 생선은 아니였습니다.
발달된 어업으로 멸치를 많이 먹게 됐습니다. 지방마다 멸치 크기가 다른 것은 잡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일 큰 대멸치는 횟감이나 젓갈로 중멸치는 국물용, 소멸치는 볶음용으로 쓰입니다.
멸치는 다른 생선에 비해 보관이 쉽고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금을 넣고 살짝 쪄서 말리는 저장법이 일찍부터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멸장’은 멸치 삶은 물을 솥에 넣고 다시 끊입니다. 그리고 버섯, 양파, 파를 등 맛내는 야채를 넣고 끊이다가 다시마를 넣고 달여서 건더기를 건져내고 된장과 간장을 넣고 다시 졸여서 항아리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멸장을 한 번 만들어 놓으면 활용도가 높은데 나물 무칠 때 등 조미료 또는 간장 대신으로 쓰입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멸치찌개’는 물에 시래기랑 다시마 넣고 된장을 조물 거리고 생멸치 넣고 고추 송송 그리고 파송송 넣고 고춧가루, 산초가루를 둘러서 끊입니다.
‘멸치다시마전’은 다시마, 시큼하게 익은 배추김치, 고추 썰고 멸치를 곱게 다져서 밀가루 넣고 섞어서 기름에 지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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