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KBS 한국인의 밥상 참조.
*사진 : KBS 한국인의 밥상 출처.
보릿대가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추억의 맛을 찾아 영광의 보리밭으로 갑니다.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중촌마을’
6월의 들녘은 보리추수가 한창입니다. 영광에는 여의도 7배가 넘는 땅에 보리밭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광은 보리재배 특구 지역입니다.
모닥불을 태워 금방 밴 보리를 그을려서 손바닥으로 비비면 탱글탱글한 보리알맹이가 나옵니다. 그것으로 예전에는 배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보리는 수확하는 것보다 타작하는 것이 더 고역입니다. 이삭을 훓어내고 도리개질을 하고 바람에 가시래기며 쭉정이를 날려 보내야 낱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보리밥'은 겉껍질과 알이 잘 안 떨어져서 수도 없이 절구를 찧고 비벼야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찰보리는 짓기 편하지만 옛날 보리는 두 번을 삶아야 밥상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보리쌀을 삶아서 바구니에 넣어 매달아 두었습니다. 땅에 놔두면 밥에 바람이 안 통해서 쉬어버리고 파리가 붙습니다.
밭에서 어머님들이 모시잎을 땁니다. 모시에는 식이섬유, 황산화 물질이 쑥보다 6배나 높게 들었다고 합니다.
‘모시송편’은 모시잎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데쳐 냅니다. 그리고 찹쌀가루와 섞어서 떡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냥 송편 보다 2~3배 크게 소를 넣고 빚습니다(일꾼들을 배불리먹이기 위해, 빨리 빚기 위해 크게 빚었다고 합니다.).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찝니다.
새참으로는 보리밥에 열무김치에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개눈감추듯 먹습니다.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요즘 육지의 보리밭만큼이나 바쁜 곳이 소금밭입니다. 바다물이 들어와 소금이 만들어질 때까지 염부들은 바닷물을 수천 번 다스립니다. 긴 기다림 끝에 맺어지는 열매 소금입니다.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법성포는 영광의 교통의 중심지였습니다. 영광의 천일염과 서해바다가 만들어 낸 특산품이 있습니다. 바로 ‘영광굴비’입니다.
조기에 직접 소금을 뿌리는 것을 ‘섶간’이라고 합니다. 물에 소금을 타서 간을 하게 되면 영양분의 손실이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법성포의 염장 기법은 아가미에 직접 섶간을 함으로써 영양분 손실이 덜하고 굴비가 쫄깃쫄깃한 맛을 낸다고 합니다.
지금은 섶간을 한 뒤에 조기를 한두름씩 묶어 살짝 말려 냉동실로 들어가지만, 원래는 칠산바다에서 불어 오는 해풍에 3개월 이상 말립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3개월 이상 말린 조기는 보리를 깔고 조기 올리고 보리깔고 조기를 올리고 켜켜이 쌓아서 보관을 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굴비가 상하지 않을까요?
보리는 보습력이 아주 좋습니다. 다시 말해 습기가 너무 많이 있으면 흡수하고 또 필요할 땐 내뿝습니다. 그래서 굴비 속에 있는 수분이 너무 많으면 흡수하고, 또 너무 마르면 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보리에는 굴비를 부패시키는 균을 방해하는 항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굴비를 보리 속에 저장해 두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보리굴비를 고추장 단지 속에 박아두면 6개월이상 보관할 수 있습니다. 특유의 잡냄새를 잡아 줄 뿐만 아니라 고추장맛이 굴비속에 스며들어 그대로 훌륭한 밑반찬이 됩니다. 쭉쭉찢어 그릇에 담습니다. ‘고추장 굴비 장아찌’입니다.
‘굴비찜’은 쌀뜬물에 보리굴비를 담가 둡니다. 보리굴비의 잡내가 없어지고 촉촉해져서 고기가 부드워지게 하려는 겁니다. 그리고 밭짓는 솥에 그릇째 넣어 쪄주면 됩니다. 그럼 밥물이 넘치면서 부드러운 굴비찜이 됩니다.
‘굴비 보푸라기’는 마른 굴비를 절구에 찧고 손으로 비벼 부드럽게 만든 뒤, 참기름과 양념을 잘 섞어 줍니다. 치아가 안좋은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보리수단’은 보리밥알을 녹말에 둥글려 털어주고 끓는 물에 여러 번 튀키듯이 데쳐내면 석류알처럼 커집니다. 그럼 시원한 오미자 국물에 띄워줍니다.
바삭말린 굴비를 방망이로 두들깁니다. 그리고 바로 찢어서 찬물에 밥을 말아서 얻어 먹습니다.
상고시대 때부터 보리를 먹었다고 합니다.
『동명왕편』에 ‘비둘기 한 쌍이 보리를 물고 날아오니 신모 유화부인이 보내 준 것이구나’라고 나와있습니다.
조상들은 보리를 매우 중요한 곡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리는 배고픔을 달래주던 생명줄이였기 때문입니다.
옛날 조상들은 다 익지 않은 ‘풋보리’를 베어다가 먹었습니다.
보리를 살짝 말린 뒤에 낱알을 멍석말려서 손에 불이나게 비빕니다(타작을 치면 다 깨지기 때문). 그리고 바람에 껍질을 날려 보내고 솥에 물을 살짝살짝 부어가면서 볶습니다. 그리고 보리를 갈아서 끓는 물에 풋보리가루를 넣고 ‘풋보리죽’을 끓입니다.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 ‘칠산도’
섬이 일곱개가 모여 있다는 칠산도는 옛날조기가 많이 잡히던 곳이 였습니다. 지금은 괭이갈매기의 산란지가 되었습니다. 조기는 옛날만큼 잡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칠산 앞바다는 어부들의 천예의 어장입니다. 제철 맞은 병어는 횟감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보릿고개가 심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아낙네들은 산에서 나는 나물들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차로 많이 끊여먹는 둥굴레도 캡니다. 개나리, 칡뿌리 캐다가 가루 만들어서 죽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둥굴레 보리밥’은 둥글레 뿌리를 캐다가 다듬어 잘게 썰은 뒤에 솥밑에 깔고 그 위에 보리쌀을 얻어서 밥을 지었습니다. 양을 늘리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보리개떡’은 맷돌에 보리를 갈아서 들에서 자란 완두콩을 넣어서 반죽을 합니다. 그리고 둥글게빚어서 물을 묻히면서 넙적하게 펴줍니다. 그리고 밥 짓는 솥에 밥 뜸들일 때 올려서 쪄냅니다.
‘보리부침개’는 계란에 보리가루를 넣고 잘 저은 뒤에 부추를 넣고 부침개를 부칩니다. 그리고 보리단술과 먹습니다.
‘보리단술’은 보리밥에 누룩을 넣고 잘 섞은 뒤에 물을 붓고 항아리에 넣어서 삭힙니다. 술같이 빚지만 알코올이 없어서 취하지는 않습니다.
보리의 싹을 틔운 것이 맥아입니다. 맥아는 디아스타아제라는 효소가 있기 때문에 전분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분해하는 과정이 매우 잘되기 때문에 속이 찬 사람이라든가 허약한 체질, 연약한 체질의 어린이들에게 이것을 먹이면 속이 따뜻해지고 원기 회복이 되기 때문에 보약 처방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리고추장’은 엿기름을 걸려서 찰보리가루를 넣고 밥솥에 다섯 시간을 삭힙니다. 그래서 팔팔 끓이면 엿처럼 진득하게 되는데 그것을 물에 넣고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를 넣고 잘 섞어서 항아리에 넣습니다.
보리굴비를 방망이로 잘 두들겨서 찢어서 보리고추장과 깨, 참기름을 넣고 잘 비벼 줍니다.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면, ‘봉동마을’
‘보리집장’을 담급니다. 보리떡가루, 메주가루, 고춧가루에 무말랭이, 고춧잎을 넣고 소금을 뿌려서 잘 비벼줍니다. 밑반찬으로도 먹기도 하고 밥도 비벼먹고 쌈에 쌈장으로 먹어도 맛있답니다.
#보리농사꾼새참
‘열무김치’는 어린 열무잎을 잘라서 소금에 살짝 절이고 양념장을 비벼서 열무김치를 담습니다. 살살비벼줘야 아삭합니다. 보리밥에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쌈을 싸서먹습니다. 새참으로 이만한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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